🏢 기둥 위에 지어진 아파트가 있다고요?
— 유니테 다비타시옹, 르 코르뷔지에의 도전
혹시 “아파트는 땅 위에 세운다”는 생각, 당연하다고 여기셨나요?
오늘 소개해드릴 건축물은 이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린,
현대 아파트 건축의 기준을 새로 제시한 건물입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세계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
1947년,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전후 주택난에 대응하기 위해 전례 없는 아이디어를 설계에 담았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현대식 아파트의 시초라 불리는 이 건물은
기존 주택과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설계되었습니다.
🏗️ 기둥 위에 건물을 올리는, 필로티 구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필로티(pilotis) 구조입니다.
이는 1층을 비우고, 그 위에 건물을 기둥으로 띄우는 구조로,
당시엔 너무도 낯설고 실험적인 방식이었습니다.
- 지상 공간은 비워두고,
- 보행자와 자연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설계되었죠.
이런 방식은 단순히 건축 기술의 문제를 넘어서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제안하고자 한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필로티 구조의 기원은 이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고대부터 존재해 온 '기둥 위 구조'
- 고대 그리스 건축에서도 '기단 위에 세운 신전 구조'에서 필로티의 원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처럼 돌기둥 위에 건물을 세운 형태죠.
- 동남아시아 전통 가옥인 '고상 가옥'(stilt house)은 열대기후의 홍수와 동물 피해를 피하기 위해 집을 기둥 위에 올려지었습니다.
- 우리나라 전통의 창고 건축 중 하나인 가옥형 수장고 또한 지면에서 띄워 바람이 통하게 하여 습기와 쥐를 방지했습니다.
- 일본의 신사 건축에서도 지면과 직접 맞닿지 않도록 기단 위에 신전을 세우는 전통이 존재하며, 이는 건축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중시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필로티 구조는 르 코르뷔지에가 처음 고안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지혜를 현대 건축에 재해석한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다만,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독보적인 이유는 이 구조를 대규모 주거 단지에 적용하고, 철학적 의도와 함께 통합 설계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 옥상 정원과 수직 마을의 개념
이 건물의 위층에는
- 옥상 정원,
- 어린이 유치원,
- 공용 휴게실,
- 작은 상점들까지 들어섰습니다.
즉, 한 건물 안에 도시의 요소들을 집약한 것이죠.
옥상 정원과 공용 공간뿐 아니라, 실제로 수영장까지 갖춘 모습은 “건물 하나가 작은 마을이 되어야 한다”는 르 코르뷔지에의 철학이 구체화된 결과였습니다.
📐 인간의 신체 비례에서 출발한 모듈러 디자인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을 수학처럼 다뤘습니다. 그는 사람이 실제로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이 어떤 크기인지 고민했고, 그 기준을 만들기 위해 ‘모듈러(Modulor)’라는 체계를 고안했습니다.
이 모듈러는 사람의 키와 팔 길이처럼 실제 신체 비율을 바탕으로 공간의 높이, 창문 위치, 복도 너비 등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당시 프랑스인의 평균 신장은 지금보다 작았지만, 르 코르뷔지에는 약 183cm(6피트)의 키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현실 평균보다 사람이 활동하기에 여유롭고 이상적인 비례를 찾으려 했던 것이죠.
그 결과,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기능적이면서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공간으로 설계될 수 있었습니다.
🎯 현대 주거문화에 미친 영향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구조 속에도
이 건물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 지상 공간을 비워 두는 개방형 단지 설계,
- 옥상 정원과 커뮤니티 공간,
- 기능성과 미학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듈 설계까지.
그 시작은 바로 1947년의 이 한 채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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